얼마전에 우리 농원 앞집에 사는 언니랑 얘기하다가

근처에 시의 땅을 임대해서 콘테이너 건물을 놓고홀로 사시는 노인 분이 계신데

가봤더니 안보이던 강아지 두마리가 와있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딸친구가 키우다가 데리고 왔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는 서울로 와있는 내내 마음이 쓰여서

다음주에 내려갈 때 사상충약이라도 먹여달랠려고 들고 가봤더니

한아가는 누가 키운다고 이미 데리고 간 후였고(진실은 알 수 없지만)

뜬장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녀석이 구름이였다.
얘기를 나눠보니그 노인분은 누가 개를 주면 음식물찌꺼기를 먹이며키워서는

개장수에게 팔아 담배값이라도 번다 하셨다.

(몸에도 안 좋은 담배 그냥 끊으시지...ㅠ)
사료라도 좀 사드리고 잘 키워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였는데

식용견을 키운다는 그 분에게 기대할 수 도 없는 일이였고

더군다나 구름이의 상태는 그냥 두고 올 수 없을 정도였다.

가까이 갔더니 썩은내가 진동을 하고

코카의 덮인 귀에서 흘러나온 고름이 목까지 타고 내려와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귀뚜껑을 열어보니 종양이 귀를 막고 있었고 고름과 피가 범벅이 된 채 엉켜있었다.

그나마도 두달여 전에 버렸다는 주인이

미용을 시켜서 데리고 왔는지 그닥 털이 길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뜬장안에는 치우지 않은 오물과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썩어가고 있는 잔반 그릇과

나름 챙겨 보냈을 개껌이 곰팡이 핀 배설물과 뒹굴고 있었다.

우리집으로 데리고 온 지 한달이 되어 가지만 구름이는 아직도 개껌을 먹지 않는다.

열살 가까이 되어 보이는 적지 않은 나이에

순하디 순하고 착하디 착한 구름이...

오랜시간 동안 주었을 가족에 대한 사랑에 배신당해

뜬장 위에 덩그라니 앉아 촛점 잃은 눈빛을 하고 있는 아가를 보며...

가족들이 알까? 구름이가 이리 살고 있다는 걸 알고도 보냈을까?

화가 나고 눈물이 복받혀 견딜 수가 없었다.
구름이는 내 옆을 떠나지 않는다.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혹시 잃어 버릴까봐 우려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내 옆에만 꼭 붙어 있는다.

이런 구름이가다시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아 또 눈물이 핑 돌고만다.

죽기전까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가족을 찾아줘야 할텐데...

머리가 복잡하다.